“어머니께 조심스레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말을 건넸는데,
노발대발하시더라구요…
그 맘이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라 그러려니 했어요.
저도 그래서 말 꺼내기가 조심스러웠구요.
영정사진 가격이랑 촬영 스튜디오까지 다 알아봤는데...”
어쩌다보니 보훈상조 고객과의 상담은 영정사진을 주제로 넘어갔다.
영정사진에 대해 긍정적인 어르신은 많지 않다.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럴만하다.
누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는데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결국에 고객은 영정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하였고,
머쓱한 웃음으로 상담을 종료한 기억이 난다.
상조회사 직원인 나에게,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는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이 왔다.
처음은 거절이었다
사진 잘 찍는 법을 전혀 모르고, 사진촬영도구도 없는데
이런 실력으로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기록해 드리냐고 말했다.
하지만 내심 궁금했다.
짧게나마 인물 촬영 공부를 시작했고, 영정사진 규격을 공부했다.
어설프게 흉내 낼 정도는 되었다.
- 영정사진 아니고 장수사진,
섭외부터 촬영까지
아니나다를까 노인회관에 전화하여 영정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거절했다.
어떤 곳은 말을 꺼내자마자 전화를 끊기도 하였다.
그냥 사진 복원이나 오래된 사진을 복구하겠다며
필요없다고 거절하는 곳도 있었다.
고민 끝에, ‘장수사진’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영정사진보다는 어감이 괜찮았다.
효과도 좋았다.
끝내 한 경로당을 섭외할 수 있었고,
어설프게나마 경로당의 벽에 검은 천을 덧대어
스튜디오를 만들고 촬영을 진행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어느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 안에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경직된 표정과 한껏 힘이 들어간 어깨는
촬영이 얼마나 긴장되는지 알 수 있었다.
“할머니, 좀 웃으시고 그래요~”
그제야 할머니는 조금 웃으시며 촬영을 마쳤다.
영정사진 뿐만 아니라 대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
창밖을 구경하시는 모습 등을 스냅촬영, 야외촬영또한 진행하였다.
우리가 훌륭한 사진촬영업체는 아니었지만,
어떤 전문가보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을 자신이 있었다.
인화를 마치고 액자에 직접 끼워드려 가져다드렸다.
그 할머니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한참이나 보셨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뒤, 할머니는 고맙다며 액자를 소중히 챙겨 떠났다.
- 영정사진, 왜 필요한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부랴부랴 반듯한 사진을 찾으려니 있을 리가 없죠..
좋을 때 찍어둔 사진이 한 장도 없었습니다.
찾아보니 증명사진이 있었는데,
너무 젊을 때기도 하고 티셔츠를 입고 계시더라구요.
사진관에서 다른 분의 양복사진이랑
아버지 얼굴을 합성해주긴 했는데,
장례를 치르며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육신은 꼭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것 같아서…”
영정사진은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평소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위패를 대신 세워도 되고 (그런 경우는 흔치않다),
스냅촬영 같은 형식도 괜찮다.
하지만 전형적인 경우는 증명사진이며,
얼굴이 확대된 사진이 가장 적합하다.
영정사진의 규격은 특별히 정해진 사이즈는 없으나,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크기는 11인치(27.9cm)x 14인치(35.6cm)이다.
영정사진은 분명 중요하다.
조문객들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고인의 모습이기도 하고,
화장장으로 이동할 때
영정사진이 맨 앞에서 이동하는 등 장례절차에서 빠질 수 없다.
사진은 대부분 나를 위해 추억하려 남긴다.
하지만 영정사진은 내가 보기 위해서가 아닌
남겨진 사람을 위해 찍는다.
참으로 타의적인, 착한 사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정사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꺼리는 게 마지막에 대한 두려움인지,
영정사진 촬영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