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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모리] 울고 싶지만 울지 않는 이들을 보며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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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과 관련된 기사, 수필 등 모든 글 (3)
 

반 년 전, 친언니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저에게는 첫 조카인 셈입니다.

출산 예정일을 안 순간부터

우리 가족은 함께 손가락을 셌습니다.

아기 양말부터, 젖병 소독기, 언니 출산 준비용품을 찾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고,

심지어 무뚝뚝한 아버지의 최근 검색어에

'아기 안는 방법'이 있는 것을 보고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저녁식사 이야기에는 항상 '새 가족'이 올라왔고,

출산으로 예민해진 언니의 성질에야

겨우 그 주제는 일단락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니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는 조카 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기를 보기 전에도 이렇게나 유난이었는데,

드디어 아기를 마주하게 된 첫 날은 어땠을까요?

신생아실 안의 조카를 보자마자

우리가족은 숨 넘어가듯 탄성을 질렀습니다.

비록 유리창 밖이지만 몇 번이나 사진을 찍었고,

작은 손과 발을 보며 우리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몇 번이나 함께 그 기억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오랫동안 보훈병원에 계셨던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피할 방도가 없이 우리는 장례를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상조회사에 전화해 장례식을 연결하고,

수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골함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두었던 영정사진을 꺼내 깨끗이 닦았습니다.

맞은편에 자리한 상조회사의 빈소와 달리

우리가족의 빈소는 너무나 숙연했습니다.

사람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절을 했고,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나누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와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크게 울거나

과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약속 한 것처럼 꼭 정해진 행동만을 했고,

슬픔을 참기 위해 애써 노력했습니다.

보훈병원에서 할아버지 장지로 가는 운구버스에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고요하기 까지 했습니다.

발인 때만 눈물을 훌쩍였을 뿐,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3일간의 장례가 끝난 후,

우리는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며 홀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짚을 뿐,

부모님 앞에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우연찮게 짧은 간격으로 죽음과 탄생을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둘은 한 매듭으로 연결된 긴밀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차이는 너무나 큽니다.

탄생, 기쁨이 당연하여 모두가 웃고 박수칩니다.

죽음, 슬픔이 당연하지만 모두가 숨죽여 슬픔을 외면합니다.

계속해서 묻어둔 슬픔은 언젠간 곪아 터지기 마련입니다.

탄생이 기쁜 것처럼 죽음이 슬픈 것도 당연합니다.

우리는 마음껏 슬퍼해야만 합니다.

울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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