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이야기
2020.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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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보훈상조 장례지도사 K는, 평소 과묵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먼저 화두를 던졌습니다.
저번 주 진행한 장례 진행 얘기였습니다. 장례식 특성상 분위기가 밝을 수는 없지만, 그날 진행한 장례는 유독 무거웠습니다.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침울한 분위기 속, 체력적으로도 고되고 심적으로도 가장 힘든 장례의 이튿날 밤이었습니다.
조문객이 끊기고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 저 멀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상주 모습이 보여 슬쩍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첫날과는 다르게 수염이 거뭇거뭇 자라고 초췌해진 상주의 모습이 안되어 보였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를 잘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처음 다녀온 여행, 손자가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신 것, 고인이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는 모습까지...
그리고 그는 말했습니다. "다시는 못 볼 모습인데, 그때 왜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을까.."
마지막 발인을 앞두고, 영정사진 앞에서 한참 울먹거리던 상주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장례지도사의 말을 끝으로 저 또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맞은 편 건물 안까지 보인다는 카메라가 작은 휴대폰에 달린 세상입니다. 어디 사진 뿐인가요, 동영상도 한 시간이 훌쩍 넘게 촬영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사진 앨범에는 개인의 세상이 담겨 있습니다. 길가다가 본 예쁜 꽃, 오늘 먹은 맛있는 점심, 우리집 막내인 반려동물, 여행에서 찍은 멋있는 자연풍경...
그에 비해 부모님이 담긴 사진은 많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담아둔 장면은 점점 옅어지고, 귀에 들리던 목소리는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오늘, 어색하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짧은 동영상 촬영 어떠세요?
멋진 옷을 입지 않더라도,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저녁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동영상은 먼 훗날, 어디서도 찍지 못할 귀중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